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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보리> 혹시 코다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쓰레기를 쓰겠어! 2020. 6. 4. 18:24

    안녕하세요. 다햐입니다.

    최근에 이수역에 위치한 아트나인에서 <나는 보리>라는 영화를 보고 왔어요. 아트나인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면서 상영정보를 항상 체크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트나인에서 <나는 보리> GV를 한다길래 코로나에 대한 무서움에도 불구, 최근 다리를 다쳐 절뚝거림에도 불구, 아트나인으로 향했습니다. 

    <나는보리>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이 영화가 코다에 관한 이야기라고 들었기 때문이에요. 코다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란, 농인 부모의 청인(장애가 없는 일반인)자녀를 뜻한다고 합니다. (http://m.hankookilbo.com/News/Read/201912231497799573 “우리는 ‘코다’입니다… 농인을 부모로 둔 청인이죠”) 저는 기사로 코다를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저 기사에 소개된 책 '우리는 코다입니다'를 읽어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고 봐야죠. 조금이라도 더 이해해보고 싶다는 욕심 덕분에 영화를 보러갈 수 있었어요. 책도 한 번 봐봐야겠어요!

     

    출처: www.cgv.co.kr
    출처: 씨네리와인드

     

    여기부터 영화 내용 스포가 있습니다! 

    주인공인 보리는 가족 중에 짜장면 전화 주문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며, 자신을 제외한 엄마, 아빠, 동생이 수어로 이야기를 하면 본인은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결정적으로, 단오제의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부모님을 잃어버린 보리는 엄마, 아빠를 소리내어 찾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불러도 안들릴 것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보리는 매일 아침 등굣길에 소원을 빕니다. 가족들처럼 자신도 소리를 잃게 해달라고. 이것 저것 시도하던 보리는 결국, 바닷속에 오랫동안 있으면 청력을 잃을 수 있다는 말에 바다로 뛰어들기까지 합니다. 그러곤 그녀의 거짓말이 시작됩니다.

     

    보리의 고모, 엄마, 아빠가 보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장면

     

    소리가 안들리는 척을 하기 시작한 보리. 그러나 보리는 농인으로서 살 때의 차별을 경험하게 됩니다. 본인이 정말로 농인이 되고 싶은 것인지 청인이 되고 싶은 것인지 여러날을 고민합니다. 한편 보리는 아빠한테 "나 소리 안들리는거 슬프지 않아?"라고 묻습니다. 아빠는 "이제 같아져서 좋아"라고 대답합니다. 보리는 엄마에게도 묻습니다. "나 소리 안들린다고 했을 때 왜 울었어?" 엄마는 대답합니다. "나랑 똑같아서."

    이 장면을 통해 감독님의 말하고 싶은 부분은 더욱 명확해집니다. ‘청인이든 농인이든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소리를 조금이라도 듣는 사람이든 선천적 장애든 후천적 장애든 각각의 삶에 정답은 없다. 달라도 같아도 당신을 사랑한다.’

     

    보리(김아송 배우)와 보리의 친구, 은정(황유림 배우)

     

    영화의 매무새는 부족한 점이 있긴 합니다. 좀 더 촘촘하게 감정선을 쌓았으면 어떨까 싶고, 보리가 안들리는 척을 하는 동안 겪는 차별은 드라마에서도 한 번은 봤던 장면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엽고 선하고 따뜻한 영화에요. 아역들이 언뜻 언뜻 보여주는 순수한 얼굴과 귀여운 표정, 밝은 색감 등이 좋았어요. 특히, 모든 대사에 자막이 있는 것도 농인을 위한 배려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수어를 번역한 자막이 처음엔 <나> <너> <짜파게티>란 식으로 끊어져서 번역되더니 보리의 수어 실력이 늘어남에 따라 점점 <넌 수술하고 싶어?>와 같이 문장으로 번역되더군요. 감독님이 농인뿐만 아니라 청인도 수어의 느낌을 이해해볼 기회를 마련해준 것 같아요. 

     

    보리의 동생, 정우(이린하 배우). 영화 내내 등장하기만 하면 너무 귀여워서 엄마 미소 짓고 봤어요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갖고 있는 특유의 섬세한 진심을 좋아하는 편인데요. 그 진심은 영화가 끝나고 GV를 진행할 때 더 느껴졌답니다. 수어통역과 자막통역이 동시에 이뤄질 수 있도록 했구요. 코로나니 만큼 QR코드를 찍으면 관객들은 오픈카톡 방에 들어갈 수 있고 그 방에서 영화와 관련한 질문을 던질 수 있습니다. 마이크를 돌아가면서 쓰지 않도록 말이죠. 배리어프리 영화와 코로나 시국이 만들어낸 최첨단 GV 였습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GV 중에 수어로 짜장면과 짬뽕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떠오르는군요. “영화에서 보여지는 수어는 홈싸인이라고 해서 집에서만 쓰는 싸인이었다. 공식적으로는 어떻게 하냐”고 수어통역사께 여쭤봤습니다. 그러다 진행자 님이 “아..! 수어통역사 분에 대한 소개가 늦었다면서 소개 한 번 해주시죠”라며 부탁하는데 진행자도, 수어통역사도 배우들도 관객들도 다같이 웃었습니다. 수어통역사 당사자 분을 포함한 모두가 당연한 것을 잠시 잊었다가 깨달았을 때의 웃음, 서툴었지만 공손하게 부탁하는 진행자 님의 말투 등이 웃음을 유발했던 것 같아요. 그러곤 짜장면과 짬뽕을 수어로 번역해주시고, 감독님은 수어를 좀 할 줄 아시니까 유심히 보시고 다시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명료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영화관에 걸음하기가 어려운 시국인데도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에게 계속해서 감사인사를 해주시던 감독님과 배우분들을 끝으로 저의 영화 관람은 끝이 났습니다. <나는 보리>굿즈로 팔찌를 하나 주시더군욤! 비가 와서 촉촉했던 집에 가는 길이 차갑지는 않았던 하루였습니다. 영화 덕분에 마스크 안쪽 입은 계속해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좋은 영화 감사해요!

     

    한줄평: 마음을 움직이는 한 방향의 진심.

    별점: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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